COP31 9일 개막…감축목표 이행·기후재정 실천 시험대
127개 신규 NDC 분석…2035년 배출량 2019년보다 6~9% 감소 전망
COP29 연 3천억 달러 새 재정 목표, 약속보다 실제 집행이 과제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11월 9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개막한다.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의의 핵심은 각국이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실제 감축으로 연결하고, 개발도상국에 약속한 기후재정을 어떻게 마련해 전달할지에 있다. 이미 합의된 목표는 있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속도와 재정 지원의 실행 사이에는 여전히 간격이 크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11월 5일 개막 전 발표한 주요 인사 발언을 통해 이번 총회가 국가별 약속을 현장의 사업과 성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무라트 쿠룸 COP31 의장 지명자는 2024년 바쿠에서 합의한 기후재정 목표를 새로 정하기보다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호주 측 협상 책임자인 크리스 보언도 재원 조달과 투자, 전기화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협상의 방향에 관한 입장으로, 합의 결과가 미리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감축 논의의 출발점은 UNFCCC가 10월 27일 공개한 2026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종합보고서다. 보고서는 2024년 1월부터 2026년 8월 말까지 등록된 신규 NDC 127개를 분석했다. 제출 주체는 파리협정 당사국 154개이며, 해당 목표가 포괄하는 배출량은 2019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71%다. NDC는 각국이 국제사회에 제시하는 국가별 감축계획으로, 목표 발표와 실제 이행 실적은 구분해야 한다.보고서에 따르면 제출된 신규 NDC가 모두 이행된다는 가정에서도 2035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보다 평균 약 6% 낮아지는 데 그친다. 국제 지원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감축 조치까지 모두 실현하면 무조건부 조치만 이행하는 경우보다 2035년 배출량을 이산화탄소환산량 기준 약 35억 톤 추가로 줄일 수 있다. 이 경우 2019년 대비 감축 폭은 평균 약 9%로 커진다. 모두 계획의 이행을 전제로 한 추정치이며, 이미 달성한 감축량은 아니다.세기말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보다 1.7~2.3도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 전망에도 중요한 조건이 있다. 이 수치는 NDC뿐 아니라 각국이 제시한 장기 탈탄소화·탄소중립 목표까지 이행한다는 가정을 포함한다. 현재의 단기 정책만으로 온도 상승을 그 범위에 묶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UNFCCC는 1.5도 목표에 다시 접근하려면 향후 몇 년간 온실가스를 훨씬 더 줄여야 한다고 평가했다. COP31이 감축목표의 추가 강화뿐 아니라 실행 수단에 주목하는 배경이다.기후재정은 기존 약속과 실제 지급을 구분해야 하는 대표적인 분야다. 2024년 COP29에서 당사국들은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재정을 기존 연간 1천억 달러에서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천억 달러로 늘리는 새 공동 정량목표(NCQG)에 합의했다. 이와 별도로 공공·민간을 포함한 모든 주체가 개발도상국으로 향하는 재원을 2035년까지 연간 1조3천억 달러 규모로 확대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3천억 달러의 공동 목표와 1조3천억 달러의 전체 재원 확대 노력은 성격이 서로 다르다.UNFCCC가 이번 회의를 앞두고 공개한 연간 1천억 달러 기후재정 목표의 진전 보고서는 과거 약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자료다. 새롭게 합의된 2035년 목표를 대신하는 기준이 아니다. 개발도상국에는 총액 못지않게 자금이 언제 도착하는지, 보조금인지 갚아야 하는 대출인지, 사업에 실제 집행됐는지가 중요하다. 재원 규모가 커지더라도 신청 절차가 복잡하거나 상환 부담이 크다면 기후 적응과 감축 사업의 추진에는 제약이 남는다.적응은 폭염·홍수·가뭄 등 이미 나타나는 기후 위험에 대비하는 조치다. 감축이 장기적인 온난화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적응은 현재의 피해를 줄이는 데 가깝다. 국가적응계획(NAP)이 마련됐다는 사실만으로 방재시설이나 농업·물 관리 사업까지 완료됐다고 볼 수는 없다. 이번 협상에서 취약국이 필요한 기술과 재원을 확보하고, 계획을 사업으로 실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각국의 이행 상황을 살펴볼 자료도 축적되고 있다. UNFCCC의 2026년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 종합 자료에 따르면 9월 말까지 137개 당사국의 첫 번째 보고서가 제출됐으며, 관련 보고가 포괄하는 배출량은 2020년 세계 배출량의 약 85%에 이른다. 이 자료에는 주로 2022년까지의 실적이 담겨 있다. 따라서 이를 2026년 현재의 감축 성과로 오인해서는 안 된다. 투명성 체계의 과제는 국가별 보고 방식을 개선하고 실제 성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개최국 튀르키예가 공개한 행동 의제에는 청정에너지 전환과 전기화, 폐기물 감축과 메탄 저감, 기후에 강한 도시, 친환경 산업, 식량안보, 해양 보호 등이 포함된다. 재정·기술·역량 강화는 각 분야의 실행을 뒷받침할 공통 과제로 제시됐다. 회의장에서 국가 간 협상과 별도로 기업·도시·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업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발표된 행동 의제는 각국이 채택해야 할 법적 의무와 같지 않다. 실제 성과를 평가하려면 참여 주체와 이행 방법, 사업의 지속 여부까지 살펴야 한다.파리협정 제6조에 따른 국제 탄소시장과 국가 간 협력도 이행 논의와 맞물린다. 국경을 넘어 이전되는 감축 실적을 두 나라가 각각 자기 성과로 계산하는 이중계산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감축량을 얼마나 믿을 수 있게 산정하고 검증하느냐에 따라 협력 사업의 환경적 신뢰도가 달라진다. 이번 회의에서 논의되는 세부 규칙과 최종 합의 여부는 개막 이후 공식 결정문으로 확인해야 한다.국내 산업계도 국제 협상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전력 생산과 제조업의 배출 감축, 해외 감축사업, 탄소배출량의 측정과 보고는 국제 규칙과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COP31 잠정 의제가 공개됐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기업의 의무나 전기요금이 즉시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향은 당사국의 최종 결정과 이후 한국 정부가 마련할 제도·사업 내용을 따져봐야 판단할 수 있다.COP31은 여러 의제를 논의하지만 모든 쟁점이 합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회의의 성과를 가늠할 기준은 새로운 선언의 수보다 감축계획을 실행할 일정, 개발도상국에 도달할 재원, 성과를 검증할 규칙이 얼마나 구체화되는지에 있다. 11월 9일 회의가 시작되면 각국이 공개한 약속과 실제 합의문 사이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