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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 미래기술 R&D 예타 통과…총사업비 2조1674억7000만원

    핵융합 10년·해양용 원자로 4년·디스플레이 7년간 추진…국비 1조7918억원 투입 미래 에너지·해운 탈탄소·첨단산업 경쟁력 확보 목표…기술 상용화 검증 과제 남아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정부가 핵융합에너지와 해양용 차세대 원자로, 첨단 디스플레이 등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총 2조1674억7000만원 규모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을 추진한다. 장기간의 기술개발과 실증시설 구축에 공공재정을 투입해 미래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고, 해운산업의 탄소중립과 첨단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월 3일부터 5일까지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열린 ‘2026년 제9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기반 구축, 해양용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 첨단 디스플레이 국가연구플랫폼 구축 등 3개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확정했다고 밝혔다. 세 사업 모두 시행이 결정됐다.전체 사업비 가운데 국비는 1조7918억원이다. 사업비는 2027년부터 각 사업 종료 시점까지 투입되는 총규모로, 한 해에 집행되는 예산은 아니다. 핵융합 사업은 2036년까지 10년, 해양용 원자로 사업은 2030년까지 4년, 디스플레이 사업은 2033년까지 7년간 각각 추진된다.이번 결정은 단순히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핵심기술을 실제 산업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증할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사업의 시행 결정이 곧 기술 상용화나 경제적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안전성과 경제성, 실증 성과가 앞으로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핵융합에 1조4813억원…발전소 건설 아닌 핵심기술 실증세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핵융합에너지 가속화 실현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기반 구축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4813억원이며 이 가운데 국비가 1조2877억원이다. 사업기간은 2027년부터 2036년까지 10년이다.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지상에서 구현하려는 기술이다.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핵을 분열시켜 에너지를 얻는 기존 원자력발전과 달리, 가벼운 원자핵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핵융합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발전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지 않고 대규모 에너지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산업과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저탄소 전력 공급 수단을 확보하려는 움직임과도 연결된다.그러나 핵융합을 실제 발전에 이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초고온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강한 자기장과 높은 열부하를 견디는 장치도 필요하다.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회수하고 발전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역시 확보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업에서 노심 플라스마, 가열·전류 구동, 초전도자석, 증식블랑켓, 핵융합 소재, 연료주기 등 주요 기술을 개발하고 성능을 검증할 계획이다.이 가운데 초전도자석은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가 장치 벽에 직접 닿지 않도록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는 핵심 장치다. 가열·전류 구동 기술은 플라스마를 핵융합에 필요한 상태로 만들고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일반 독자에게 다소 생소한 ‘증식블랑켓’도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주요 설비다.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이용해 연료인 삼중수소를 생산하고, 반응 과정에서 발생한 열을 회수하는 역할을 한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삼중수소의 자체 공급과 열 회수 기술이 미래 핵융합발전의 실현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인 KSTAR를 중심으로 플라스마 운전과 핵융합 원천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번 사업은 이러한 연구 성과를 실제 핵융합로와 유사한 극한 환경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실증 기반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핵융합에너지 핵심기술 실증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에 결정된 사업은 상업용 핵융합발전소를 건설하거나 전력 판매를 시작하는 사업이 아니다. 핵융합 기술이 미래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장시간 안정적인 운전, 핵심 부품의 내구성, 연료 공급, 에너지 회수 효율과 경제성 등을 추가로 입증해야 한다. 이번 투자는 그러한 기술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연구개발 단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해양용 용융염원자로 3173억원…친환경 선박 동력원 개발해양 분야에서는 원자력 추진선박에 활용할 수 있는 용융염원자로(MSR) 기술개발이 추진된다. ‘탄소중립 선도 해양용 용융염원자로 기술개발 사업’에는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총 3173억원이 투입된다.국비는 2252억원이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추진한다. 용융염원자로는 높은 온도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염을 이용하는 차세대 원자로 기술이다. 특히 핵연료를 용융염에 녹여 사용하는 방식은 기존 원자로와 구조적 차이가 있으며, 고온·저압 운전과 소형화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정부가 해양용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국제 해운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과제가 있다. 대형 화물선은 장거리 운항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존 선박은 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원자력 추진선박은 원자로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선박의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선박 운항 중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원자력 추진이 가능하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의 환경성과 안전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핵연료의 생산과 관리, 방사성폐기물 처리, 선박 해체 등 전 과정의 환경적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이번 사업에서는 원자로의 핵심인 노심과 계통, 핵연료와 구조재료 기술을 개발한다. 원자로를 선박의 추진·전력 시스템과 연결하는 기술과 해양 환경에서의 안전성 평가 기술도 연구한다. 특히 육상에 설치하는 원자로와 선박에 탑재하는 원자로는 운용조건이 다르다.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흔들림과 진동을 겪고, 해상에서 충돌이나 침수 같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용융염을 사용하는 원자로는 재료의 부식 특성, 열교환과 잔열 제거, 방사성물질의 관리 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선박의 안전성을 보장하는지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추진해 온 기존 해양용 MSR 원천기술 연구에서도 용융염의 부식 특성 평가와 방사선 차폐, 사고 대응 및 안전성 평가 기술이 주요 연구 대상으로 제시돼 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원자력 추진선박의 상용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실제 상선에 적용하려면 원자로 기술의 검증뿐 아니라 선박 안전기준, 원자력 관련 인허가, 항만 이용과 운항에 관한 제도적 문제 등도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예타 통과는 원자력 추진선박의 상업 운항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향후 기술적·제도적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다.첨단 디스플레이 3688억원…충남 아산에 국가 연구거점세 번째 사업은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첨단 디스플레이 국가연구플랫폼 구축 사업’이다. 사업기간은 2027년부터 2033년까지 7년이며 총사업비는 3688억7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국비는 2789억원이며 지방비와 민간자본도 투입된다. 이번 사업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확보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차세대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연구개발 기반을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디스플레이 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온 대표적인 첨단 제조업 분야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투자 확대와 기술 추격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존 기술의 성능 향상뿐 아니라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충남도가 11월 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31.7%, 중국은 53.4%로 집계됐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한국이 68.7%로 우위를 유지했지만 중국도 31.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정부는 이러한 경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오버 OLED’, ‘크로스 OLED’, ‘포스트 OLED’ 등 세 가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한다. 오버 OLED는 기존 OLED 기술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크로스 OLED는 디스플레이에 다른 기능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활용 분야를 개척하는 방향이다. 포스트 OLED는 기존 OLED 이후의 차세대 발광·표시장치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사업에서는 20개 핵심 기술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소재와 부품 개발부터 시제품 제작과 패널 단위 검증까지 지원하는 연구환경을 구축한다. 특히 충남 아산 탕정테크노일반산업단지에 ‘첨단디스플레이연구원’을 조성해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충남도 발표에 따르면 연구시설은 연면적 약 8000㎡ 규모로 조성되며, 연구장비 56종을 도입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연구개발 시설과 장비는 2030년까지 구축하는 일정이 제시됐다. 이러한 공용 연구시설은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새로운 소재나 발광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대형 패널에 적용하거나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용화가 어렵다. 설계부터 시제품 제작과 검증까지 이어지는 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정부와 충남도는 연구개발 성과의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지원하고 관련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구시설이 구축된다고 해서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이 곧바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개발 기술의 성능과 생산 가능성, 기업의 실제 활용, 연구시설의 운영 성과 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연구개발 예타 폐지 이후…대규모 국가투자 관리도 과제이번 세 사업은 국가 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폐지되기 전에 접수돼 기존 절차에 따라 심사를 마쳤다. 정부는 첨단기술 경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연구개발 예타 제도를 폐지하고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에 별도의 사전점검과 사업추진심사 체계를 도입했다.새 제도에서는 연구개발의 성격에 따라 사전 기획과 예산심의를 강화하고, 대형 연구시설·장비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별도의 사업추진심사를 적용한다.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상 기술의 성공 가능성과 시장 상황이 빠르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추진의 신속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반면 장기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인 만큼 성과관리와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여전히 크다. 이번에 시행이 결정된 세 사업 역시 예타 통과만으로 모든 세부 계획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사업별 연차 예산과 세부 추진계획, 연구개발 성과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핵융합과 해양용 MSR은 기술개발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고 상용화까지의 불확실성도 크다.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연구시설 구축과 장비 도입 자체보다 이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현장에 적용하는 성과가 중요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핵융합과 MSR 분야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7대 시드(SEED) 프로젝트’와도 연계된다.정부는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미래 에너지와 해운,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장기적인 기술개발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그러나 공공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연구개발 성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비용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융합은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 가능성을, 해양용 원자로는 안전성과 환경성을, 디스플레이는 실제 산업 활용성과 기술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가 발표하는 연차별 투자계획과 연구개발 성과, 실증시설 운영실적이 이번 2조1674억7000만원 규모 투자의 실질적인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2026-11-07 07:27:07 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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