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빛과 숲의 고요 사이, 국립공원에서 만나는 가을밤
- 경주·북한산·팔공산서 야경 탐방 첫 운영…11월 14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데일리환경=정진욱 기자] 해가 저물면 익숙한 풍경에도 새로운 표정이 깃든다. 문화유산에는 은은한 조명이 내려앉고, 숲 너머로는 도시의 불빛이 번진다. 낮의 발걸음으로 지나쳤던 자연과 역사를 밤의 속도로 만나는 특별한 탐방이 시작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3일부터 경주·북한산·팔공산 국립공원에서 ‘국립공원 야경 관광’을 처음 시범 운영하고 있다. 오는 11월 14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공원별 특성을 살린 코스에 자연·역사·문화 해설을 곁들인다. 회당 참여 인원은 20명 이내다. 경주에서는 신라의 시간을 따라 걷는다. 월정교에서 출발해 계림을 지나 월성해자까지 이어지는 1.2㎞ 구간이다. ‘신라의 밤하늘과 달빛을 따라 걷다’를 주제로, 오래된 문화유산과 밤 풍경을 해설과 함께 만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머금은 유적은 낮과는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북한산국립공원 도봉지역은 무수골에서 쌍둥이 전망대까지 1㎞를 걷는다. 숲길을 지나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며, 도시 가까이 남아 있는 밤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불빛과 귀에 들어오는 숲의 소리가 탐방의 즐거움을 더한다.팔공산국립공원 서부지역에서는 선본사에서 갓바위 관봉으로 향하는 1㎞ 구간을 탐방한다. 대구 도심의 야경을 감상하고 관봉에서 소원을 비는 시간을 갖는다. 세 공원은 각각 문화유산과 달빛, 도시와 숲, 산 위에서 바라보는 밤 풍경으로 시민들을 맞는다. 탐방에는 자연환경해설사 두 명이 동행한다. 한 명은 생태와 역사, 야경에 얽힌 이야기를 전하고 다른 한 명은 대열 뒤에서 안전을 살핀다. 참가자에게는 헤드랜턴과 야광 띠 등 안전 장비를 제공한다. 야생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일몰 시간대에 조용히 걷는 방식으로 운영한다.참여 신청은 국립공원공단 예약시스템에서 받으며, 외국인 등의 편의를 위한 현장 예약도 일부 병행한다. 공단은 올해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2027년에는 대상 공원과 탐방구간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가을밤의 탐방은 걸음이 느려질수록 풍성해진다. 유적에 머문 빛을 바라보고, 숲의 소리에 잠시 귀를 기울이는 동안 국립공원의 또 다른 하루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