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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CTAD, 올해 세계성장률 2.6% 전망…에너지 충격 속 무역지도도 재편

    개도국 성장률 4.0%로 둔화…아시아가 세계 성장의 59% 차지 미·중 교역 2024년 이후 20% 넘게 감소…한국은 반도체 수출 호조 속 외부충격 경계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2.9%보다 낮아진 수치다. 반면 상품과 서비스 교역은 불변가격 기준 약 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은 둔화하지만 무역은 비교적 빠르게 늘어나는 엇갈린 흐름이다. UNCTAD는 9일 공개한 ‘2026 무역개발보고서’에서 에너지 가격 충격과 지정학적 긴장, 기술·산업정책 강화가 세계경제의 구조를 동시에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교역 증가’의 내용이다. 세계 교역액은 지난해 사상 처음 35조달러를 넘어섰고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UNCTAD는 올해 교역액 상승의 상당 부분이 에너지 충격에 따른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짚었다. 중동 분쟁 이후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수준에서 110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뛰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가계의 부담이 특히 커졌다는 분석이다.개발도상국의 성장세도 약해질 전망이다. UNCTAD는 개발도상국 성장률을 지난해 4.7%에서 올해 4.0%로 낮춰 봤다. 다만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유지해 올해 세계 성장의 5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가별로는 인도 7.3%, 중국 4.5%, 인도네시아 5.2%가 제시됐다. 같은 개발도상국 안에서도 성장 속도와 산업구조에 따른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세계 무역의 지리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UNCTAD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 간 교역은 2024년 이후 20% 넘게 줄었다. 반면 동아시아는 중국과 북미 양쪽과의 교역을 확대했다. 관세만이 아니라 수출통제, 투자심사, 공급망 조건 같은 비관세 장벽이 커지면서 반도체와 에너지, 첨단 제조업 등 전략산업의 시장 접근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각국이 산업·무역·금융·기술정책을 경제안보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기업의 생산기지와 조달전략도 영향을 받고 있다.인공지능(AI)은 올해 교역을 떠받치는 또 다른 축이다. UNCTAD는 AI를 세계 무역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평가했지만, 그 이익이 일부 기업과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관련 장비 수요가 교역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기술 접근성, 자본조달 능력, 공급망 지위에 따라 국가별 수혜 정도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한국에는 이 두 흐름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한국 수출은 1209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반도체 수출은 603억달러로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수요 증가가 한국 수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UNCTAD가 제시한 아시아·AI 교역 확대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반면 석유제품 수출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에너지 가격 충격은 수입비용과 생산원가를 통해 국내 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금융 여건도 위험요인이다. UNCTAD는 중동 분쟁 이후 자본흐름 변동성이 두 배로 커졌다고 분석했다. 고금리와 높은 부채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적개발원조(ODA)는 올해 약 7% 감소해 3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외부 충격을 흡수할 재정 여력이 작은 저개발국과 소도서개도국일수록 에너지·금융 충격을 동시에 받을 가능성이 크다.UNCTAD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단순한 보호무역 강화가 아니다. 개발도상국이 전략산업을 선별적으로 육성하고, 수출시장과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며, 에너지 전환을 앞당겨 외부 충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자원 수출국이 원료 공급에 머물지 않고 가공·제조 등 고부가가치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산업정책과 금융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올해 세계경제의 핵심 변수는 ‘낮은 성장률’ 하나로 정리하기 어렵다. 성장률은 2.6%로 둔화하지만 교역은 4% 늘고, AI 관련 수요는 확대되는 반면 에너지 충격과 지정학적 분절은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처럼 수출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모두 높은 경제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향후 에너지 가격 안정 여부와 AI 투자 지속성, 미·중 교역 재편이 실제 수출과 기업 투자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세계경제의 다음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2026-10-10 15:10:35 유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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