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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란의 문화 칼럼] 국제 전시회는 끝났지만, 진짜 비즈니스는 이제 시작된다

    바이어 상담의 숫자보다 중요한 후속 소통과 실행의 구조
    전시회장에서는 수많은 명함이 오간다. 짧은 상담 시간 안에 기업은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고, 바이어는 가격과 공급 조건을 묻는다. 서로의 관심을 확인한 뒤 다음 미팅을 약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행사장의 불이 꺼진 뒤 그 약속은 얼마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까. 국제 전시회의 성과를 생각할 때 필자가 가장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행사 이후'의 시간이다. 필자는 한중 통역사로서 기업 간 상담과 국제행사 업무에 참여해 왔다. 2026년 10월에는 킨텍스에서 열린 AI 관련 비즈니스 상담 현장의 통역 업무도 준비하고 수행했다. 그 과정에서 상담 기록에는 제품의 특징뿐 아니라 상대 기업의 관심, 추가로 확인할 조건, 다음 연락 방법을 구분해 남겨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특정 기업의 계약 성사나 실제 상담 결과를 공개하려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정보의 종류를 통해 국제교류의 실무를 돌아보려는 것이다. 명함 한 장과 계약 한 건 사이 국제 전시회에서 만난 바이어가 제품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은 출발점이지 성과의 종착점은 아니다. 같은 '관심'이라는 말에도 의미는 여러 가지다. 시장 조사를 위해 가격을 묻는 경우가 있고, 실제 구매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인증과 납기, 최소주문수량을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상담 직후에는 비슷하게 보이는 반응이라도 후속 조치의 우선순위는 달라져야 한다. 따라서 상담일지는 단순한 참석 기록이 아니라 다음 업무를 위한 작업 지시서가 되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물었는지, 답변하지 못한 질문은 무엇인지, 자료를 어느 언어로 언제까지 보내기로 했는지 기록해야 한다. 상담액이나 계약 추진액을 적는 항목이 있더라도 그것이 실제 체결된 계약액과 같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기대와 확정을 구분하는 일은 기업과 행사 주최자 모두의 신뢰를 지키는 기본이다. 통역은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실행의 시작을 돕는다 국제 상담에서 통역사의 역할은 발언을 정확히 옮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성은 단어만 맞추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품의 용도와 기술 용어, 단위, 가격 조건, 납기와 같은 핵심 사항을 오해 없이 전달해야 한다. 모호한 표현이 나오면 당사자에게 다시 확인할 기회를 마련하고, 통역사가 추정한 내용을 상대방의 확정 발언처럼 전달하지 않아야 한다. 상담이 끝난 뒤에는 기업 담당자가 통역을 통해 확인한 내용을 스스로 다시 검토할 수 있도록 용어와 질문을 정리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통역사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협상 조건을 정하거나 계약 가능성을 대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언어를 연결하는 전문성과 의사결정의 권한은 구분되어야 한다. 행사 이후 일주일의 설계 필자는 국제 전시회 참가기업에 최소한 세 가지 후속 절차를 제안하고 싶다. 첫째, 상담 직후 바이어별 관심도와 요청 자료를 분류한다. 둘째, 후속 연락에서는 전시회에서 나눈 구체적인 질문을 짚고 답변 가능한 자료와 다음 일정을 제시한다. 셋째, 회신 여부만으로 관계를 끝내지 말고 제품 검증, 샘플, 추가 회의, 인증 확인 등 필요한 단계를 명확히 한다. 이때 연락 시점과 빈도는 상대방의 동의와 사업 관행에 맞춰 조정해야 한다. 행사 주최자와 지원기관도 단순한 상담 건수 외에 후속 협의가 이어졌는지, 기업이 어떤 장벽을 만났는지, 통역과 자료 제공에서 어떤 지원이 부족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KOTRA가 해외 전시회 정보와 바이어 발굴, 시장조사, 수출 상담 등을 별도 지원 영역으로 운영하는 것도 전시 참가와 거래 준비가 서로 연결된 과정임을 보여준다. MICE 산업의 경쟁력은 행사장 밖에서 완성된다 국제회의와 전시회는 숙박과 교통, 음식과 지역관광을 연결하는 MICE 산업의 중요한 장이다. 그러나 도시가 행사를 유치했다는 사실만으로 참가 기업의 성과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이 편안하게 이동하고, 해외 바이어가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받고, 기업이 행사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갈 수 있어야 비즈니스 방문의 가치가 커진다. 한국이 국제 전시와 비즈니스 관광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화려한 행사장과 많은 참가자 수를 넘어, 상담 이후를 지원하는 체계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상담 기록의 품질, 전문 통역, 후속 자료의 정확성, 기업과 바이어 간 신뢰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때로 마지막 인사가 끝난 뒤에 찾아온다. 그날 주고받은 질문을 잊지 않고, 약속한 자료를 보내고, 다음 대화를 이어가는 일. 국제 전시회의 진짜 성과는 명함의 두께가 아니라 관계를 실제 협력으로 바꾸는 실행에서 만들어진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2026-11-04 10:52:34 김미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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