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포르투갈·룩셈부르크, EU에 ‘2040 재생에너지 목표’ 촉구
2030년 42.5% 이후 별도 목표 없어…“투자·시장에 명확한 신호 필요”
EU는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법제화…연말 이후 에너지 규칙 개편이 관건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스페인과 포르투갈, 룩셈부르크가 유럽연합(EU)에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별도로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EU는 올해 2040년 순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줄이는 기후목표를 법제화했지만,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해야 할 비중은 2030년 이후 별도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다. 세 나라는 이 공백을 채워 투자 방향과 에너지 전환 속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9일 스페인 정부와 복수의 유럽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라 아게센 스페인 생태전환·인구문제 담당 부총리 겸 장관과 마리아 다 그라사 카르발류 포르투갈 환경·에너지 장관, 렉스 델레스 룩셈부르크 경제·중소기업·에너지·관광 장관은 단 요르겐센 EU 에너지·주택 담당 집행위원에게 공동 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은 2040년을 향한 재생에너지 전용 프레임워크와 함께 ‘야심차면서도 현실적인’ EU 차원의 목표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세 나라가 강조한 것은 단순히 발전설비를 늘리는 목표만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를 대규모로 전력망에 연결하려면 저장장치와 전력망 현대화, 국가 간 연계망, 전기화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봤다. 회원국별 지리적 조건은 고려하되 전체 회원국이 공정하게 기여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춰 지정학적 충격에 대한 에너지 안보를 높여야 한다는 점도 제안의 배경으로 제시됐다.현재 EU의 법적 기준은 2030년에 맞춰져 있다. 개정 재생에너지지침은 2030년 EU 최종에너지 소비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소 42.5%로 높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45% 달성을 공동 목표로 지향한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은 2025년 26.2%였다. 목표까지 남은 격차가 큰 상황에서 2030년 이후 기준까지 조기에 제시해야 발전사업과 전력망, 저장장치 등 장기 투자가 끊기지 않는다는 것이 세 나라 요구의 핵심이다.이번 요구는 EU의 2040년 기후목표가 이미 법적 효력을 갖게 된 뒤 나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올해 3월 EU 기후법을 개정해 2040년 순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90% 줄이는 중간목표를 확정했다. 이 가운데 최소 85%포인트는 EU 역내 감축으로 달성하고, 2036년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국제 탄소크레딧을 최대 5%포인트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법은 온실가스 감축 총량을 정한 것으로, 2040년 재생에너지 비중 자체를 별도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따라서 다음 쟁점은 90% 감축 목표를 실제 에너지정책으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다. EU 집행위는 2030년 이후 재생에너지 정책 틀을 준비하고 있으며, 2026년 말까지 다음 10년을 위한 재생에너지 프레임워크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집행위의 2040년 기후목표 영향평가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주력이 되고 원자력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를 통해 2040년 EU 전력소비의 90% 이상을 두 전원이 공급하는 경로가 제시됐다.이 과정에서 회원국 간 에너지 구성 차이는 향후 논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스페인·포르투갈·룩셈부르크는 재생에너지 자체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요구하고 있지만, 원자력을 포함한 저탄소 또는 청정에너지 전체를 정책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EU 내부에 존재한다. 집행위 역시 원자력을 저탄소 전원으로 분류하고 있어, 2040년 에너지 정책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별도로 설정할지 보다 넓은 청정에너지 기준을 택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결국 세 나라의 제안은 이미 정해진 2040년 ‘온실가스 90% 감축’ 목표 아래에 어떤 에너지별 이정표를 둘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앞당긴 것이다. EU가 2030년 목표 이후에도 별도의 재생에너지 수치를 제시하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전력망·저장장치·국가 간 연계망 투자에도 장기 기준이 생긴다. 반대로 기술 중립적인 청정에너지 목표를 택하면 회원국별 원전과 재생에너지 구성에 더 큰 재량이 생길 수 있다. 집행위가 준비 중인 2030년 이후 에너지 입법 패키지에서 이 선택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가 다음 관전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