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환경=안상석 기자] 추석마다 고속도로 정체가 되풀이되고 있지만 가장 심각하게 막히는 구간까지 매년 비슷하게 나타나면서 정부와 한국도로공사의 명절 교통대책이 ‘반복되는 정체를 관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추석 연휴 고속도로에서 정체시간이 가장 길었던 구간은 매년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 추석에는 일직JC→금천IC 구간에서 누적 67시간의 정체가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희 의원(서울 양천갑)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추석 당일 고속도로 교통량은 하루 평균 615만4천대로 집계됐다.
추석 전날 평균 538만6천대보다 14.3%, 다음날 평균 532만4천대보다 15.6% 많았다. 차량이 특정 날짜와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는 구조가 명절 고속도로 정체를 가중시키고 있는 셈이다.
연도별 최장 정체구간을 보면 문제는 더욱 뚜렷하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서해안선 당진IC→송악IC가 가장 긴 정체시간을 기록했고, 2024년과 2025년에는 서해안선 일직JC→금천IC가 최장 정체구간으로 나타났다.
5년 연속 전국에서 가장 긴 정체가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연휴 기간 통행속도가 시속 40㎞ 미만으로 떨어진 시간을 합산해 정체시간을 산정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일직JC→금천IC 구간의 누적 정체시간이 67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이어 서평택IC→포승JC 58시간, 서평택JC→발안IC 41시간, 서평택JC→서평택IC와 당진IC→송악IC가 각각 35시간을 기록했다.
정체시간 상위 5개 구간이 모두 서해안고속도로에 집중됐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특정 연도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설·추석 10차례의 정체시간 상위 20개 구간을 분석한 결과 두 차례 이상 반복해서 포함된 구간이 무려 56곳에 달했다.
노선별로는 영동선이 19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부선 15곳, 서해안선과 중부선이 각각 11곳이었다.
매년 어디서 막히는지 아는데…대책은 왜 반복되나
명절 고속도로 정체 자체를 완전히 없애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짧은 기간에 전국적인 이동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5년간 동일 노선과 비슷한 구간에서 최악의 정체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와 한국도로공사가 이미 축적된 교통량과 정체시간 자료를 통해 ‘언제, 어디서, 얼마나 막히는지’를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음에도 같은 병목현상이 반복된다면 명절 특별교통대책을 단순한 교통정보 제공과 우회도로 안내 중심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서해안선처럼 특정 구간이 수년간 반복적으로 최장 정체구간에 이름을 올린다면 해당 구간별로 정체 발생 원인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본선 자체의 용량 부족인지, 나들목과 분기점에서 발생하는 합류·분류 병목인지, 특정 시간대 진입 차량 집중이 원인인지 등을 구간별로 분석해 각각 다른 처방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로 교통관리 연구에서도 반복 정체에 대해서는 단순 정보 제공뿐 아니라 교통수요관리와 교통류 관리 등을 함께 적용하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진입로 신호조절은 고속도로 본선으로 유입되는 차량을 조절해 합류부 정체를 완화하는 수요관리 기법이며, 교통 상황에 따라 갓길을 탄력적으로 활용하는 방식 역시 도로 용량을 일시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교통전문가 “도로 확장만으로 해결 어려워…수요 자체를 분산해야”
교통 전문가들의 연구를 종합하면 명절과 같이 특정 시간에 수요가 폭발적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는 도로를 계속 확장하는 방식만으로 정체를 해결하기 어렵다.
도로 확충에는 막대한 비용과 장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존 도로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교통수요관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영업소 미터링 등을 분석한 국내 연구에서도 상습 정체 완화를 위해 기존 시설 관리와 수요관리 정책의 중요성이 제시된 바 있다.
특히 명절에는 출발 시간대를 분산시키는 정책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혼잡시간을 피해 출발해 달라”는 안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근 수년간 축적된 통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요 출발지역과 목적지별 예상 혼잡시간을 구체적으로 제공하고, 상습 병목구간 진입 이전부터 대체 노선으로 차량을 분산시키는 적극적인 교통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또 반복 정체구간에 대해서는 진입교통량 조절, 탄력적 갓길차로 운영, 분기점 차로 운영 개선, 우회도로 연계, 실시간 교통정보 제공 등을 구간 특성에 맞춰 조합할 필요가 있다. 진입로 신호조절은 본선으로 유입되는 교통량을 조절해 본선의 교통 흐름이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을 예방하는 방식으로 연구돼 왔다.
결국 매년 반복되는 명절 정체를 ‘명절이니까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상습 정체구간별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명절에 실제 정체시간이 얼마나 줄었는지를 평가하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체가 길어질수록 사고 위험도 커져
상습 정체는 단순히 귀성·귀경 시간이 늘어나는 불편의 문제만도 아니다.
최근 5년간 설·추석 연휴 고속도로에서는 모두 10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73명이 다쳤다.
이 가운데 정체·서행 중 발생한 사고가 29건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했다.
3대 이상의 차량이 연루된 사고도 64건으로 전체 사고의 58.7%에 달했다. 사고나 고장으로 정차한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다시 들이받는 2차사고도 4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차량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운전자의 피로가 누적되고 차간거리가 좁아지면서 추돌 위험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정체 관리와 사고 예방을 별개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상습 정체구간 진입 전부터 속도 저하와 사고 발생 정보를 운전자에게 신속하게 전달하고, 사고 발생 시 후속 차량에 위험 상황을 즉각 알리는 시스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황희 의원은 “추석마다 차량이 몰리는 날과 정체가 집중되는 구간이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정부와 도로 관리기관은 반복 정체구간을 중심으로 우회정보 제공과 차량 분산 유도를 강화해 귀성·귀경길 불편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습 정체구간은 차량 흐름뿐 아니라 사고 위험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정체구간 진입 전 감속과 안전거리 확보를 충분히 안내하고, 사고 발생 시에는 후속 차량에 위험을 신속히 알려 추가 사고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명절 교통량 급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5년 연속 같은 노선에서 최악의 정체가 발생하고 56개 구간이 반복적으로 정체 상위권에 포함됐다면 이제는 매년 비슷한 특별교통대책을 되풀이하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상습 정체구간별 원인을 공개하고 구간별 개선대책과 목표 정체시간을 설정한 뒤 다음 명절에 실제 개선됐는지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어디가 막힐 것인지 알려주는 교통대책’에서 ‘반복되는 정체시간을 실제로 줄이는 교통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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