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성수동에 541억 ‘몰빵’…10억 역명병기 실패 재연하나

이정윤 발행일 2026-08-18 16:22:46
CJ올리브영이 서울 성수동 상권에 있는 2층짜리 건물 경매에 541억원을 베팅했다.

감정가보다 145억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경쟁 입찰자도 없었다. 전국 13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대부분 임차 방식으로 점포를 확대해온 올리브영이 건물을 직접 사들였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투자가 올리브영의 ‘성수동 베팅’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올리브영은 이미 2024년 성수동을 겨냥한 10억원 규모의 역명 병기권을 확보했다가 위약금을 물고 반납한 전례가 있다. 당시에도 ‘핫플’ 성수동의 상징성과 광고 효과에 베팅했지만 결과적으로 계약을 유지하지 못했다.

 18일 유통업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성수동 카페 ‘쎈느’가 자리했던 건물 경매에서 541억5290만원을 써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감정가 395억9288만원의 136% 수준이다.

 응찰자는 올리브영 한 곳뿐이었다. 그런데도 스스로 감정가보다 1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물론 성수동 부동산 가격이 감정평가 이후 크게 올랐다는 설명은 가능하다.

 해당 건물의 감정평가는 2024년 10월 이뤄졌다. 최근 성수동 핵심 상권에서는 평당 3억원을 웃도는 거래 사례도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리브영의 낙찰가 역시 평당 약 2억7350만원으로 현재 시세를 감안하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쟁자가 없는 경매에서 감정가보다 36%나 높은 가격을 써냈다는 사실은 달리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과거 사례다.

올리브영은 2024년 서울교통공사의 역명 병기 사업에서 10억원을 내고 병기권을 확보했다가 이후 위약금까지 물고 반납했다. 성수동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려던 투자가 결국 실패한 셈이다.

역명 병기와 건물 매입은 성격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있다. 모두 ‘성수동이라는 공간의 브랜드 가치’에 대한 베팅이라는 것이다. 10억원짜리 마케팅 투자에서 실패한 뒤 불과 2년여 만에 투자 규모를 50배 이상 키운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역명 병기권 반납이 계약상 문제였다고 하더라도 성수동 투자에 대한 사업성 검증이 충분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이번에는 실패 비용이 수백억원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핫플’의 인기가 영원한 것은 아니다. 임차 방식이라면 상권이 변할 경우 철수하거나 이전할 수 있지만, 541억원을 들여 건물을 직접 매입하면 수백억원의 자금이 장기간 묶인다. 본업이 부동산이 아닌 올리브영으로서는 기회비용도 무시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성수동의 성장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제가 이번 투자의 핵심”이라며 “유행의 정점에서 자산을 매입하면 미래 가치까지 가격에 선반영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성수동의 열기가 식는 순간 541억원은 선제적 투자가 아니라 비싼 베팅의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는 냉혹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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