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열기에 멸치·고래·어업이 함께 흔들렸다…북태평양 해양열파의 연쇄효과
2014~2016년 북동태평양 사례 분석…먹이 이동과 어업 일정이 겹쳐
[데일리환경=유승철 기자] 북태평양의 바닷물이 비정상적으로 따뜻해지자 멸치가 해안 가까이로 이동했고, 이를 먹이로 삼는 고래는 게잡이 어구와 겹치는 바다에서 얽힐 위험에 놓였다. 세계기상기구(WMO)가 11월 6일 공개한 회보는 해양열파가 바다의 온도만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먹이와 어종 분포, 어업 일정, 해양 포유류의 위험을 잇달아 바꿀 수 있음을 과거 북동태평양 사례로 설명했다.이 사례는 2026년 새로 발생한 고래 혼획 사고를 뜻하지 않는다. WMO 회보가 정리한 것은 2013~2016년 북동태평양에서 이어진 해양열파와 그 전후의 생태·사회적 영향이다. WMO는 과학자들이 이 사건의 원인과 생태·사회적 결과, 대응을 함께 살펴본 사례를 소개하면서, 서로 다른 분야의 자료를 한 틀에서 연결하는 지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해양열파는 일정 해역의 바다 표면 온도가 계절별 기준보다 장기간 높게 이어지는 현상이다. NOAA의 예측 도구는 해양열파를 월별 해수면 온도 이상치가 해당 월의 90백분위 임계값을 넘는 경우로 정의한다. 이는 단순히 하루 더운 날이 아니라, 평년 변동 범위를 벗어난 고수온이 일정 기간 지속되는 상황을 가리킨다. 바다 표면의 열이 커지면 생물의 서식 조건과 먹이 이용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지만, 지역과 종마다 반응은 같지 않다.WMO 회보에 따르면 2026년 8월 북태평양의 넓은 해역에서는 1990~2019년 평균과 비교해 해수면 온도 편차가 2.5도에 이르는 곳이 관측됐다. 북태평양은 전 세계 해양 표면적의 약 18%를 차지하지만, 21세기 첫 10년과 비교한 최근 수년의 상층 700m 해양열용량 증가분 가운데 거의 30%를 담당한 것으로 회보는 소개했다. 이 수치는 북태평양이 열을 받아들이는 데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지만, 특정 해역의 어종 이동이나 혼획을 이 수치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2014~2016년 사례에서는 따뜻한 바다와 생태계 변화가 어업 현장의 조건과 겹쳤다. NOAA 연구진은 연안 용승 해역의 서식 공간이 좁아지고, 크릴과 멸치 등 먹이 생물의 이용 가능성이 변했으며, 먹이를 찾는 고래가 해안 쪽으로 이동한 정황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와 보호 이후 회복 중이던 고래 개체군이 함께 작용해 혼획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단일 원인으로 확정한 결론이 아니라 여러 생태·어업 요인이 맞물렸다는 해석이다. 2016년에는 유해조류가 만든 도모산 오염 때문에 캘리포니아 던지니스게 어업의 개시가 전례 없이 늦춰졌다. NOAA 논문은 이 일정 지연이 고래와 게잡이 어구가 공간적으로 겹치는 정도를 의도치 않게 키웠다고 분석했다. 멸치가 연안으로 모이고 고래가 먹이를 따라 같은 구역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어업 시기와 어구가 겹치면, 고래가 수면까지 이어진 밧줄이나 통발 장비에 걸릴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해양열파의 영향은 수온 변화에서 곧바로 한 종의 피해로 이어지는 직선 관계가 아니다. 먹이 생물의 이동, 포식자의 먹이 선택과 이동, 조류독소 발생, 조업 금지·연기 같은 관리 결정이 겹치며 결과를 만든다. 같은 고수온이라도 차가운 물을 끌어올리는 연안 용승의 세기, 어업 시기, 어구의 위치에 따라 피해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어획량이나 해수면 온도만 따로 관찰하면 현장에서 위험이 커지는 경로를 놓칠 수 있다.WMO가 소개한 사회·생태·환경 시스템 접근은 기후와 해양 관측, 어종·먹이 자료, 어업 활동, 지역사회의 대응을 함께 살피려는 방식이다. 회보는 어업인 요청으로 마련된 적응형 어업관리 조치와 비정부기구의 폐어구 제거 지원도 대응 사례로 들었다. 기상·해양 정보를 실제 조업 일정과 어구 관리에 연결하면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지만, 특정 조치가 모든 지역에서 같은 효과를 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북태평양 해양과학기구(PICES)는 캐나다·중국·일본·한국·러시아·미국이 참여하는 지역 연구 협력체다. WMO는 이 기구가 해양환경과 기후변화, 해양 생물자원 및 생태계, 인간 활동과 해양환경의 상호작용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례가 한국 연안에서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다만 북태평양을 공유하는 국가들이 수온·생태·어업 자료를 서로 연결해 관찰하고, 변화가 어업과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을 공동으로 해석할 필요성을 보여준다.해양열파가 잦아지고 강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수온 경보만이 아니다. 어종과 먹이의 이동, 어업 활동, 보호종의 이동 경로를 함께 추적하고,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는 어업인과 관리기관이 조업 방식·어구·일정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 북태평양 사례는 바다가 따뜻해질 때 생태계와 지역경제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드러나는지 보여준다. 다음 단계는 이런 관측을 현장 대응으로 이어가고, 조치의 효과와 부작용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